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인터뷰
글로벌 OTT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K콘텐츠의 우수성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영상 속에 담긴 화려한 액션과 무빙들을 구현하기 위한 시각효과, VFX기술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괴물의 아버지’로 불리며 생동감 있는 VFX를 콘텐츠에 입힌 국내 1세대 VFX 아티스트 겸 수퍼바이저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를 만났다.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출처=웨스트월드]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고요의 바다>…. 크고 작은 시각효과로 주목을 받은 국내 영상 콘텐츠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시각효과 덕분에 시청자들은 마치 그 공간에서 괴물을 마주하고, 바다 속을 헤엄치는 느낌을 받는다.
VFX 전문가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는 “시각효과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시청자들이 이게 시각효과를 준 것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화려한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기술이 화면에 비춰지는 것이 트렌드라는 것이다. 손 대표는 기술 발전만큼 아티스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 개선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국내 VFX기술은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주목할 만큼 성장했다. 지속가능성을 봤을 때, 아티스트의 환경 개선 등 시스템이 기반이 되어야 할 때”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괴물의 아버지’ OTT 손잡고 3배 성장 아티스트 환경 개선 등 시스템 바꿔야
Q 글로벌OTT와 K콘텐츠의 시너지가 상당하다. 웨스트월드도 이 흐름을 타고 급성장했다. 타사에 비해 경쟁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길고 자세하게 진행한다. 시각효과가 콘텐츠에 적용되는 과정은 예를 들어 시나리오에 ‘깊고 고요한 바다가 보인다’라고 적혀있으면 어떻게 깊고 고요한 바다인지 먼저 생각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디테일한 부분을 그림이나 1차 그래픽으로 구현해서 클라이언트와 소통 후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Q 해외에서 국내 VFX로 역으로 요청이 들어온다고 하는데, 글로벌에서 바라보는 경쟁력 있는 국내의 기술력은 무엇인가.
“연출력이라고 본다. CG도 그렇고 VFX의 정점은 이 장면에서 효과를 준 것인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다. 국내 VFX의 기술력이 고평가 받게 된 작품들이 여러 개 있지만, 웨스트월드의 경우 <스위트홈>을 꼽을 수 있다. 이 작품 이후 특히나 해외에서 의뢰가 먼저 들어온다. 앞으로 시각효과 기술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여기에 종사하는 한국의 크리에이터들도 지금보다 숫자가 많아질 것이다. 시장이 커지고 시장성이 있기 때문인데, 크리에이터를 맞이할 수 있는 환경적인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 [출처=웨스트월드]
Q VFX 업계에 종사하는 아티스트들의 환경 개선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실태가 어떤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웨스트월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웨스트월드에 180여명의 아티스트들이 근무한다. 국내에는 1000명의 전문 아티스트들이 VFX를 업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OTT가 성장하고,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주목 받으며 그 속에 등장하는 시각 효과 산업도 많이 컸다.
일각에서는 헐리우드를 따라 잡을 것이라고 하는데, 기분 좋은 말이지만 사실 헐리우드에는 관련 인력이 국내보다 10배에 달한다. K콘텐츠가 세계 정상에 올랐을 때 인력과 시스템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결국 금세 무너진다.
지금부터라도 환경 개선을 해야 한다. 근무 시간 보장, 복지 등 회사 차원에서 하는 것들 외에 ‘아티스트 양성’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대학교와 학원 정도다. 대학교는 실무보다 교육과 이론 중심이라 학생들이 실제로는 업무를 하면서 배우는 경우가 많아 괴리감이 있다.
이쪽 업계에서도 신입보다 경력자를 뽑으려고 하는데, 웨스트월드 만큼은 신입, 후배 양성을 위해 본인을 비롯해 시니어 아티스트들이 힘을 쏟고 있다.”
웨스트월드가 작업한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의 작업 결과물 [출처=웨스트월드]
25년 베테랑 VFX 수퍼바이저 출신 〈우영우〉〈철인황후〉 대중 작품도 인기
Q 과거에 비해 VFX 스튜디오의 역할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예전에는 제작사에서 요청하는 내용만 반영하는 다소 수동적인 포지션이었는데, 지금은 어떤 효과가 들어가면 좋을지, 웨스트월드가 생각하는 그림들을 먼저 제안한다. 아티스트 겸 수퍼바이저 역할을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부분이 부서별로 어떤 것들인지 가늠할 수 있게 됐고, 후배들에게도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Q 최근 <철인황후> <우영우> 등 드라마 작품도 연속 히트를 쳤는데, 작품 선정 기준이 있나? “회사와 아티스트, 수퍼바이저 등 직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작품에 눈이 간다.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도 성장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기대 이상으로 히트를 친 작품이다. VFX가 주력이 되는 작품이라기 보단, “하늘을 나는 고래가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감초 같은 역할을 VFX가 하는 작품이다.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어렵진 않지만 아까 말한 것처럼 티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것이 최고 기술인데, 오히려 우영우는 그 반대로 티가 나서 대중들이 더 좋아했다. 사실적인 연출에만 집중했는데, 우영우의 고래 같은 판타지 요소도 아직 대중들이 VFX에 거는 기대라고 느꼈다.”
기술 기반‚ K콘텐츠 자생력 길러야 후배 양성 교육에 힘쓸 것
Q K콘텐츠 전반에 걸쳐 위상이 많이 올라왔는데, 앞으로 직면할 문제를 내다본다면? “한국은 이제 자국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가져와 대신 편집하고 배급하는 등 ‘대행’ 해주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OTT를 통해 K콘텐츠 특히 드라마나 시리즈물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서 촬영하고 만들어 배급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지금 OTT는 글로벌 플랫폼이 장악해 멀리 내다봤을 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전세계에 OTT 플랫폼 외에도 영화관이나 TV, 다른 채널 등으로 배급할 수 있는 한국 영화나 콘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이는 VFX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 전반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Q 과도기에 접어든 VFX 시장 리더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 한마디 부탁한다. “웨스트월드는 일을 즐기면서 하는 회사다. 한국의 콘텐츠가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하나 수작업을 걸쳐 양질의 영상물을 만들고 있다. 그 뒤에는 아티스트와 수퍼바이저의 역할이 크다. 앞으로 이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인데 관련 인력 부재 등 우려도 나온다. 웨스트월드는 대학교 및 교육기관과 협업해 인재 양성에 힘쓸 것이다. 작품에 참여하는 모든 제작자들이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건강한 VFX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는...
홍익대학교 영상대학원 영상디자인 수상 2015년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첨단기술특별상(국제시장) 2013년 제50회 대종상영화제 기술상(타워) 2008년 제29회 청룡영화제 기술상(모던보이)
/ 포춘코리아 홍승해 기자 hae@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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